[특별기고] 북한 비핵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기준
[특별기고] 북한 비핵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기준
  •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 승인 2018.10.30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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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된 지 6개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된 지도 4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비핵화 협상은 서론에만 머물 뿐 본론에는 들어서지 못한채 공전하고 있다. 과거 6자회담이 검증의정서를 채택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거부로 중단되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미국에서 검증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자 북한은 입을 닫고 있다.

 

  11월 6일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과의 협상에 급할 것이 없다고 연일 강조하고 있다. 북한이 신고와 검증 같은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는 거부하면서 종전선언이나 제재해제만을 요구하고 있기에, 잘못된 협상을 하느니 시간을 두고 기다리는 차선책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당분간 대북제재를 유지하면서 북한의 변화를 견인하겠다는 접근이 예상된다.

 

  북한은 미국과의 신뢰구축이 모자라 핵 목록을 제출하거나 검증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신고를 했는데 만일 미국이 폭격이라도 해 버리면 어떻게 하느냐고 둘러대고 있다. 국내 일부는 이러한 북한의 주장을 일리가 있는양 실어 나르고 있다. 하지만 핵개발 중에도 핵시설을 폭격하지 않았던 미국이, 대화로 나와서 중요한 비핵화 조치를 이행하는 북한을 공격할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하다. 장사정포 보복공격에 따른 한국 내 피해를 우려했기 때문에 군사적 옵션을선택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핵으로 보복 당할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결국 북한의 주장은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신뢰구축의 일환으로 보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당분간 북미간 대화는 평행선을 그릴 수밖에 없어 보이고, 한국만 가운데에서 왔다 갔다를 반복하는 안쓰러운상황이 예상된다.

 

  북한의 속내를 모르기에 비핵화 협상의 미래를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북한의‘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평가하는 잣대는 사실 다른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것은 북한의 ‘전반적인 변화 의지’다. 폐쇄된 경제, 인권유린이 지속되는 구태(舊態)에서 벗어나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고자 하는 변화 의지가 궁극적으로 북한이핵을 포기할 것인가를 가늠할 정황증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폐쇄경제와 인권침해를 지속한다면 비핵화의 여부와 무관하게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핵화 대화가 재개된 이후의 북한 움직임을 보면 개혁‧개방이나 인권상황 개선의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 중국, 미국과 수차례의 정상회담을 개최했음에도 북한은 여전히 개혁‧개방이 아닌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있다. 국제사회와의 접촉면을 넓히며 경제를 구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외부와의 접촉을 통제하면서 그들만의 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는 어느 순간이든 외부와의 관계를 차단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모습이며, 결국 비핵화가 중단되어서 국제사회의 교류가 단절되어도 버틸 수 있는 힘을 갖겠다는 것으로도 불 수 있다.

 

 인권상황 역시 마찬가지다. 북한은 한국이나 미국이 북한 인권상황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 스스로 인권상황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과거와 그대로다. 북한은 인권문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국제사회와의 갈등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런 북한이 겉으로는 비핵화를 이야기하며 정상국가 운운하면서도 인권문제에 선제적으로 준비하지 않는 것은 다른 생각이 있음을 시사한다. 어쩌면 북한에게 있어서는 비핵화보다 개혁‧개방과 인권상황 개선이 더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거시경제학자로 잘 알려진 케인스(John Maynard Keynes)는 “변화에서가장 힘든 것은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 가지고 있던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라고 전한 바 있다. 진정한 변화를 추구함에 있어 관행적으로 해왔던 잘못된 사고를 바꾸는 노력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갈파한 것이다. 북한이 정말 변했다면 그 증거는 협상장에서의 달콤한 미사여구나 어설픈 변명에서 찾을것이 아니다. 그것은 어두운 과거로부터 벗어나려는 진정한 행동에서 비로소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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