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공정거래법 개정안 – 슈퍼 갑(甲)의 슈퍼 갑질
[특별기고]공정거래법 개정안 – 슈퍼 갑(甲)의 슈퍼 갑질
  • 춘추데일리
  • 승인 2018.12.04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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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최준선 명예교수

  ‘갑질’이란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갑이 권리관계에서 약자인 을에게 하는 부당 행위를 통칭하는 개념이다. 예전에 우리나라의 슈퍼 갑은 정부였고 피해자는 국민이었다. 가까운 조선시대에만 해도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 주지도 못하면서 수탈(收奪)을 일삼았었다. 수많은 침략전쟁을 막아내지 못해 국토는 초토화되고 민생은 파탄이 났고 왕들은 굴욕적인 강화조약으로 목숨을 구걸했다. 정부가 임명한 관리들에게는 최고 수 백명의 노비가 배당되었다. 노비는 재산으로 간주되었고 토지와 함께 매매되었다. 한영국은 1609년의 울산부 호적에서 인구의 47%가 노비임을 확인했고, 한기범은 1606년의 단성현 호적에서 무려 64.4%에 달하는 비중을 확인했다. 노비들은 물건으로 취급되어 바우(바위), 돌쇠, 마당쇠로 불렸고 그들의 노동력은 제도적으로 수탈되었다.

 

  현대에도 뭐니 뭐니 해도 슈퍼 갑은 정부이다. 슈퍼 갑인 행정부와 또 다른 슈퍼 갑인 입법부가 합작하여 기업과 국민을 몰아 부칠 규제법만 양산할 궁리만 한다. 명분은 ‘공정경제’이다. 공정경제라는 거대한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먼저 공정위가 팔을 걷어부쳤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와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등을 골자로 한 정부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11월 27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 뿐 아니다. 더불어 민주당 한 국회의원은 정부안보다 더 강한 별도의 개정안을 발의해 11월 26일 국회에서 ‘공정거래 전부개정안을 위한 공개 토론회’를 개최했다.

 

  현재 한국 경제는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고, 양극화는 더 심해졌으며, 내년에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 온다고들 한다. 이런 판국에 기업 활동에 큰 족쇄가 될 법을 거리낌 없이 만들겠다는 정부와 국회에 기업들 입장에서는 갑질이라 느낄 법 하다. 기업들은 안 그래도 외국으로 다들 도망가고 싶은 심정이라는데, 이러한 법률들이 통과된다면 어떻게 견딜지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정부의 공정거래법 개정안 중 문제되는 내용은 일감 몰아주기(사익 편취) 규제 대상을 현재 ‘총수 일가 지분 상장사 30%, 비상장사 20%’에서 상장ㆍ비상장사 모두 20%로 통일하기로 했다. 또 이 기업들이 50% 초과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이 경우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은 현재 203곳에서 440여 곳으로 늘어나게 된다는 게 공정위의 분석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개정안은 여기에 총수 일가 지분이 20% 이상인 해외 계열사도 포함하도록 했다.

 

  문제는 기업 입장에선 짧은 시간에 계열사 내부 거래를 줄이거나 외부 거래를 늘리기 어렵다는데 있다. 결국 지분 매각을 통해 총수 일가 지분율을 20% 미만으로 낮추거나 해당 사업을 매각할 수밖에 없다. 총수 지분을 낮추면, 사모펀드 등으로부터 경영권 공격을 받을 수 있다. 지난 4월 현대차는 현대모비스를 지배회사로 하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을 마련했고, 자사주 1조원을 소각하기로 했다. 그러나 현대차를 공격한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를 비롯한 의결권 자문사라는 몇몇 단체가 현대차그룹 분할합병안에 대해 반대의견을 내 놓더니,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의 분할합병은 무산되고 주가마저 급락하여 보유지분 가치가 30% 이상 감소했다. 이 과정에서 엘리엇도 5,000억 평가손을 본 것으로 추정되나, 현대차그룹으로서는 공정위가 요구하던 구조조정이 지연되었고,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전장사업(電裝事業)을 강화하려던 계획도 무산되었다. 미국과 중국에서의 자동차 판매실적마저 작년에 비해 급감하여 현재 위기상황이어서 투자자마저 불안한 실정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도 기업엔 큰 부담이다. 공익법인과 총수 일가 지분을 합쳐서 의결권을 단계적으로 15%까지만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은 ‘단계적’이 아니라 즉시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이 의원안은 나아가 원칙적으로 대기업 금융계열사와 공익법인이 계열사 주식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며, 임원의 선임 정관 변경, 기업 합병 양도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5% 이내에서 행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세계에 유례가 없는 강력한 입법이다. 미국은 차등의결권 제도로 창업주 가족의 경영권을 보호하고, 공익재단에 기부할 경우 세금을 면제하여 재단을 통해 기업의 경영권을 유지하도록 한다. 그래서 ‘워렌 버핏 재단’이나 ‘빌 게이츠 재단’ 등과 같은 공익재단에 재산을 기부하고, 이 재단의 이사회를 통해 회사의 경영권을 보유함으로써 기업을 우회적으로 승계할 수도 있고 경영권 위협으로부터 방어도 할 수 있게 한다. 스웨덴의 발렌베리(Wallenberg) 그룹 역시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공익재단을 두고 있다.

 

 

  공정거래위원장은 “2, 3세들은 굳이 경영을 하려 들지 말고, 큰 그림 그리는 자리나 맡으라”고 납득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한다. 물려받은 주식의 65%나 상속세로 내고 나면 큰 그림을 그리는 자리도 맡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도 이런 소리를 하는지 알 수 없다. 본래 오너 경영은 2세, 3세에까지 가업을 물려줄 것을 생각하기 때문에 초기 적자를 무릅쓰고 과감한 투자로 경쟁력을 키우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겠다.

 

  공정위의 전속고발제 포기도 문제이다. 현재는 담합행위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전속고발제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은 중대 담합 행위에 대해 검찰이 독자적으로 수사가 가능하도록 했다. 국세청과 관세청도 전속고발권제도가 있지만 폐지 논의는 없다. 왜 공정위만 자신의 전문적 판단영역을 버려야만 하는가. 이미 의무고발제를 도입하여 검찰이 요구하는 것은 의무적으로 고발해야 하는 제도가 도입되어 있지 아니한가. 의무고발제는 검찰, 감사원, 조달청, 중소벤처기업부의 고발 요청이 있으면 공정위가 의무적으로 고발해야 하는 제도다. 이 제도만 활용해도 얼마든지 검찰이 직접 개입할 수 있을 터이다.

 

  며칠 전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은 “외국 기업인들이 한국에서 기업할 때 어려움이 뭐냐”고 물어보면 “공정위가 조사 과정에서 정당한 절차를 지켜야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애플코리아는 “현장조사에 나선 공정위 조사 직원의 조사 권한 남용이 있었다”고도 했다. 다른 기업 관계자는 “한국 공정위는 법인뿐 아니라 직원들까지 처벌해왔고, 이런 처벌 권한을 활용해 기업에 불리한 정보들을 캐내는 경우도 있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한다. 공정위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권한남용적 증거수집을 했다는 것을 강력하게 암시한 것이다. 이들의 주장이 맞다면 이제 공정위가 하다하다 위법행위도 서슴없이 저지르는 것인가. 자유무역협정(FTA)의 보호를 받고 있는 외국 기업에게도 이리 했다면 국내 기업에게는 어떠했겠는가.

 

 

  치열한 글로벌 경영 환경 속에서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미래를 고민해도 될까 말까한 상황이다. 정부 규제완화 실적은 미미해 규제 피하려 쫒아 다니다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들 한다. 한국에서는 기업을 하지 않는 것이 정답이라는 소리가 들린다. 기업을 키워 놓으면 상속세라는 이름으로 빼앗길까 전전긍긍이다. 이를 피해 보려고 애쓰던 많은 기업인들이 감옥에 갔다. 노조원이 경영자의 코뼈를 부러뜨리고, 노조가 기업의 주인인 회사도 생겼다. 이런 환경에서 그래도 사업을 해 보겠다는 사람들이 눈물겹다.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한다며 기업을 압박하는 것이 공정위의 설립취지가 아니다. 갑질을 그만 멈추고 자유롭고 신나게 일할 수 있게 해 주는데 공정위의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그래야 사랑받는 공정위로 재탄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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